Cheng
지난해 여름 장마가 갠 어느 날 봉선사로 운허노사(耘虚老师)를 뵈러 간 일이 있었다.
한낮이 되자 장마에 갇혔던 햇볕이 눈부시게 쏟아져 내리고 앞 개울물 소리에 어려 숲속에서는 매미들이 있는 대로 목청을 돋구었다.
아차 ! 이때에야 문득 생각이 난 것이다. 난초를 뜰에 내놓은 채 온 것이다.
모처럼 보인 찬란한 햇볕이 돌연 원망스러워졌다.
뜨거운 햇볕에 늘어져 있을 난초 잎이 눈에 아른거려 더 지체할 수가 없었다. 허둥지둥 그 길로 돌아왔다. 아니나다를까, 잎은 축 늘어져 있었다.
안타까워 안타까워 하며 샘물을 길어다 축여주고 했더니 겨우 고개를 들었다. 하지만 어딘지 생생한 기운이 빠져버린 것 같았다.
나는 이미 온몸으로 그리고 마음속으로 절절히 느끼게 되었다. 집착(执着)이 괴로움인 것을,
그렇다, 나는 난초에게 너무 집념해 버린 것이다. 이 집착에서 벗어나야겠다고 결심했다.
난을 가꾸면서는 산철(승가의 游行期)에도 나그네길을 떠나지 못한 채 꼼짝 못 하고 말았다.
밖에 볼일이 있어 잠시 방을 비울 때면 환기가 되도록 들창문을 조금 열어 놓아야 했고,
분(盆)을 내놓은 채 나가다가 뒤미처 생각하고는 되돌아와 들여놓고 나간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. 그것은 정말 지독한 집착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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